2009년
아키엠의 역사는 먼저 씨엠엑스가 최초 개발한 모바일앱 바로체크에서 출발하였다. 바로체크는 현장조사 앱이다. 바로체크는 건축물의 하자목록과 조사 기록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이기상은 아키엠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주로 건설감정을 수행하였다. 2009년 기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 아키엠건축사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씨엠엑스로 회사명을 변경하였다.
주 분야는 하자소송이었다. 당시 공동주택 하자소송 감정에서는 각 세대별 전수조사가 필수였다. 가령 1,000세대 단지일 경우 전유세대 조사서만 1,000장을 작성했다. 엄청난 양의 조사서가 생산됐다.
감정 조사는 수기 방식에 의존했다. 조사원이 하자를 육안으로 확인 후 클립보드에 끼운 하드카피 서식에 볼펜으로 기록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발생했다. 1,000세대 하자목록이 30개라고 치면 조사서 내용만 30,000건이 된다. 각 건마다 하자의 내용과 사진, 하자범위를 그려서 기록하였다.
이 모든 것을 일일이 조사원의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인력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조사서를 분석하여 하자보수 물량을 산출하는 데 오류도 많이 나왔다. 조사서를 분실할 경우 아예 해당 세대의 조사정보가 누락되는 사례도 있었다.
늘어가는 건설소송에 맞춰 업무가 폭증하다보니 효율성이 중요해졌다. 직원들과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 우선 내역서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내역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2009년 10월 경, 건설기술자들이라 주도적으로 앱 개발을 할 수 없어 IT개발자에게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때 만난 사람이 바로 지금 CTO를 맡고 있는 류성호다. 그때 개발한 프로그램이 바로코스트다. 시중에 공종별 내역서 작성 지원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나 건설소송의 감정내역서를 만들 수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유세대별로 건설하자내역을 만들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1개월씩 걸리던 내역서 작성이 2∼3일로 줄어들었다.
감정내역서 작성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조사단계 소요기간은 여전히 문제였다. 5개월 정도 감정에서 1개월이 내역서 작성기간이라면 4개월 현장조사와 정리기간이었다. 이 구간을 단축해야만 했다.
2013년
2013년 당시는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였다. 2009년 11월 22일 국내 처음 아이폰3GS가 출시되었다.
건축물 조사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는지 조사해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아예 건설 공사관리 앱 자체가 전무했다.
다시 한번 직원들과 업무개선을 위한 논의를 벌였다. 회사가 나서서 모바일 앱을 개발할 것인지를 두고 열띤 의견이 오갔다. 대기업도 아닌 소기업에서 앱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이기상은 결국 독자개발을 선언했다.
나중에 이기상은 밝혔다. 그때의 심정을. “전국의 건설기술자가 100만명도 넘을텐데. 다 지금 이 순간 다 볼펜만 들고 서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래야만 한발 더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심정이었다.
직원들에게 말했다. 독수리도 두려워할 곳까지 날아오를 준비를 하자!!
개발은 바로코스트를 만들었던 류성호가 맡았다. 2013년 10월 8일 앱개발에 착수했다. 누군가 대한민국 스마트건설앱의 개발 시초를 묻는다면 바로 이날이라고 대답하겠다. 개발자 류성호는 2014년 12월 17일 씨엠엑스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개발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문적 개발이 요구되었지만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경험도 참고할 자료도 거의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활용해 각종 하자를 쉽게 기록하기 위한 UI 개발이 힘들었다.
당시 이기상 대표가 아우디 자동차 앰블럼을 보고 동그라미 4개 메뉴로 공사사진, 위치표시, 하자기록, 수량산출을 구분하는 UI를 제안했다. 이 UI는 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특성이 되었고 지금 콘업에도 남았다. 2014년 저물어 가던 12월 드디어 국내최초 건설감정앱 바로체크를 완성했다.
감정업무에 바로체크를 적용한 결과는 놀라웠다. 조사내용을 바로 스마트폰 앱으로 입력했기 때문에 수기식으로 진행했을 때 보다 조사기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실현된 것이다. 건축물 하자조사앱을 개발하면 건설감정앱 시장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판매를 시도했다. 바로체크를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올렸다.
엄청난 개발비를 쏟아부었고 국내에는 현장조사용 앱이 없었던터라 대박을 칠 줄 알았던 바로체크는 팔리지 않았다. 건설감정인들이 전국적으로 1,000명 정도밖에 안돼 시장자체가 너무 작았고, 수기식 업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시기상조였다.
2015년 - 2018년
2015년 중반 건축공사 감리세부기준이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감리기준이 대폭 강화되는데 특히 체크리스트와 감리사진첩을 만들어서 사용승인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퍼뜩 바로체크를 응용하면 감리앱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6월 감리앱 개발이 시작되었다. 감리앱 명칭은 Architect Management를 줄여붙여서 아키엠으로 정했다.
아키엠 개발을 위하여 류성호는 팀을 만들었다. 약 1년간의 개발 끝에 2016년 5월 아키엠 베타버전이 완성되었다. 정식 버전은 6개월 후인 2016년 11월 16일 인천 송도컨벤션홀 제10회 대한민국건축사대회장에서 공개했다. 2017년 화성오산건축사회 150명 단체계약을 출발로 아키엠은 전국 50개 지역건축사회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현재 사용자가 1만명이 넘었다.
2018년 감리앱 아키엠이 중소기업부 주관의 R&D 과제로 선정되었다. 이 알앤디를 통해 아키엠은 Cloud 기반 모바일 실시간 공사 감리 서비스 시스템으로 고도화되었다.
2019년
아키엠 사용자가 많아지다 보니 여러 가지 요구사항들이 집결했다. 바로 시공사용 기능들이었다. 이때는 미국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공사관리 앱들이 나온터라 국내도 건설앱 시장의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다. 아키엠 운영시 고민하던 기능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모아 시공자와 감리자가 협업하면서 효율적으로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로 했다.
5월 이 건설앱 기확안으로 중소기업부 R&D 과제를 신청했다. 과제명은 “건설현장 안전·품질관리 혁신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시공동영상 BigData스마트 공유어플리케이션 서비스”였다. 선정되었다.
당초에는 앱 브랜드를 빌드업으로 네이밍했다. 차효식 팀장은 콘스트럭션이 건설이란 뜻이니 콘업이 어떠냐고 했다. 2개를 다 상표로 신청했다. 빌드업은 등록이 거절되고 콘업은 상표로 등록되었다. 대한민국 NO1. 스마트검측 플랫폼의 이름은 콘업이 되었다.
2020년
3월 1일 콘업 베타버전을 내놓았다. 콘업은 그동안 아키엠에는 없던 혁신적 기능이 구현되었다. 스마트체크와 스마트협업 기능이다. 스마트협업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개발된 기능이다. 시공자와 감리자가 동일 플랫폼을 쓰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동시에 검측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검측업무에서 모바일 투 모바일이 가능해졌다. 동, 층, 실 부위로 이어지는 복합 건축공간에서 각종 건축액티비티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컨택트를 외치며 강조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문제는 건설현장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드물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비대면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건설현장이 되었다. 스마트검측 플랫폼이 필요해졌다. 바로 콘업이다.
건설과 IT의 이해
한국경제 CEO인터뷰때 김기만 기자가 물었다. 어떻게 건축사가 IT앱을 개발할 생각을 했느냐? 전혀 다른 분야인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맞다. 그런데 처음에는 잘 몰랐다. 대충 만들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분야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개발자를 고용하는 것부터 정말 마음고생이 많았다. 개발 과정, 기간,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시작 전에 건설과 IT가 이정도로 틀린 분야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키엠 개발을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건설과 IT는 완전히 같은 맥락으로 움직였다. 동네 집 짓는 것을 보면 막 짓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시공하기 전 설계라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즉 집의 구상을 가상으로 도면화하여 형태화 한다. 그리고 그 설계도에 따라 공사를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다. 기획을 하고 아키텍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코딩한다. 물론 중간에 엄청난 변화를 겪기도 한다. 이건 공사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IT에서도 아키텍처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 점만 봐도 소프트웨어 개발이 건설과정과 동일하게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적 흐름을 이해한 뒤에 아키엠 개발이 탄력을 받았다. 나는 건설기술자라도 IT에 도전할 수 있고 충분히 수행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건설 전문 UI를 기획하는 측면에서는 건설기술자가 강점이 있다. 융합적 사고가 새로운 기획을 만들 수 있다. 어쩌면 4차산업혁명은 모든 분야에서 융합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패란 모습이 다른 기회에 불과하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키엠과 콘업으로 스마트건설의 미래를 열어 갈 것이다. 실패를 극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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