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MX_2022대지 304.png

BLOG

conup대지 832.png
conUP대지 1039.png

건축주가 몰래 고친 불법건축물, 감옥은 설계자가 간다?

ISSUE ANALYSIS


건축주가 몰래 고친 불법건축물, 감옥은 설계자가 간다?



12년 만의 양성화, 설계자 형사처벌·구상권 — 그리고 설계·감리·시공 3자의 설명의무


“적법하게 설계한 건축사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2026년 8월 6일, 대한건축사협회가 전국 시·도건축사회에 보낸 공식 회신의 요지다. 형사처벌과 구상권이라는 단어에 술렁이던 건축사 사회에 법리의 기준선을 신속하게 제시한 문서였다. 바로 다음 날,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회원 안내문을 내고 『건축사 형사처벌 구상권 대응 TF(가칭)』 구성 준비에 들어갔다. 실무 현장에서 책임 범위를 가려낼 구체적 기준과 회원 구제 절차까지 마저 채우겠다는 것이다. 하나는 법리 해석으로 큰 방향을 잡고, 하나는 실무 보호 장치를 준비한다. 표현의 결은 다르지만 두 문서는 같은 곳을 향한다 — 회원을 지키고 건축 문화를 지키는 일이다. 이 글은 어느 쪽을 비평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 문서가 남겨 둔 다음 질문 — “그렇다면 현장의 전문가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 에 대해, 암묵지와 명시지, 설명의무, 실시간 기록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하나 보태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 이번 개정이 건축사·감리자·시공기술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록이다. 30년 넘게 건설 현장을 지탱해 온 “말로 하는 업무 방식” — 암묵지의 세계가, 형사처벌과 구상권이라는 제도 앞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왜 그런지, 순서대로 짚는다.



1. 12년 만에 열린 문 — 무엇이 바뀌었나

2026년 6월 16일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법률 제21820호)이 공포됐다.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소규모 주거용 위반건축물의 한시적 양성화 창구가 다시 열린 것이다. 2026년 12월 17일 시행되어 2028년 6월 16일까지 18개월간 접수한다. 대상은 2023년 12월 31일 이전에 완공된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 — 무허가 증축, 근린생활시설의 주택 전용, 이른바 방 쪼개기다. 합법화 비용은 이행강제금 5회분에 상당하는 과태료이고,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건축물대장의 위반 표시가 삭제된다.


그리고 이 특별법과 한 묶음으로, 7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안번호 18864)이 통과됐다. 일조사선 규제 완화와 주차장 특례라는 당근과 함께, 채찍이 들어왔다. 건축선·건폐율·용적률·대지안의공지·일조권 위반에 대한 처벌 대상에 설계자가 포함되고, 구상권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양성화로 과거를 정리해 주는 대신, 앞으로의 불법에는 건축주만이 아니라 설계도서를 작성한 설계자, 시공한 시공자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구조다.


입법 논리 자체는 명료하다. 과거 4차례의 양성화가 남긴 학습효과 — “버티면 언젠가 양성화된다” — 를 이번에는 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채찍이 닿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건축사들의 불안이 시작된다.



2. “적법 설계자는 제외”라는데, 왜 불안한가

대한건축사협회의 설명은 이렇다. 처벌 대상은 “설계단계에서 불법이 발생되도록 건축법을 위반하여 작성한 설계도서를 제공한 설계자”이고, 불법건축물의 대다수는 사용승인 후 건축주의 무단 변경으로 발생하므로, “적법하게 설계하여 인허가를 완료한 설계자는 형사처벌 및 구상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실무자의 불안은 법조문이 아니라 입증의 현실에서 나온다. “적법하게 설계했다”는 것은 누가, 무엇으로 증명하는가. 10년 전 준공된 건물에서 위반이 적발되었을 때, 당시 설계자가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는 사실, 위반 소지를 경고했다는 사실, 사용승인 후 무단 변경 가능성을 고지했다는 사실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구상권 구조에서는 건축주·시공자·설계자·감리자가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이 합리적 전략이 된다. 그 다툼에서 유일하게 힘을 갖는 것은 기록이다. 협회가 관계부처의 해석·운영기준을 확인하겠다고 밝히고 서울건축사회가 TF를 준비하는 것도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기준이 완성되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에는 각자의 기록이 곧 각자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제도의 정비와 별개로, 현장의 준비가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3. 과거 4차례 양성화는 무엇을 남겼나

양성화의 긍정적 효과는 분명했다. 건축물대장에서 위반 표시가 지워지면 등기·매매·담보대출이 정상화되고, 매년 반복 부과되던 이행강제금이 종결되며, 행정의 관리망 바깥에 있던 건물이 구조안전확인서와 현황도면을 갖추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서민 주거의 재산권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네 차례의 특별법은 실제로 작동했다.


동시에 부작용도 정직하게 기록해야 한다. 9~12년 주기의 반복은 “다음 양성화”에 대한 기대를 제도화했고, 위반의 비용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이번 5차가 과거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미적발 자진신고까지 이행강제금 5회분을 일괄 적용해 우대를 없앴고, 무엇보다 건축법 개정으로 설계자·시공자 처벌과 구상권을 함께 묶었다. 관용과 처벌을 한 패키지로 만들어, 이번이 마지막 관용이라는 메시지를 설계한 것이다.



4. 불안의 정확한 이름 — 암묵지가 명시지로 끌려나오는 순간


여기서 개념 하나를 짚고 가자. 지식경영 이론은 지식을 두 종류로 나눈다. 명시지(explicit knowledge)는 문서·도면·데이터처럼 형식을 갖춰 기록되고 전달되는 지식이다. 암묵지(tacit knowledge)는 경험과 몸에 배어 있지만 말과 글로 다 옮기지 못한 지식이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이를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건축설계와 공사 과정에 대입하면 이렇다. 도면·시방서·계약서·감리보고서·인허가 서류 — 이것이 명시지다. 반면 설계 협의 때 오간 구두 합의, “이 정도는 관행”이라며 도면과 다르게 처리한 현장 조정, 준공검사 후에 늘리기로 하고 일단 도면대로 받은 사용승인, 감리자가 말로만 한 시정 지시, 건축주에게 전화로만 전한 경고 — 이것이 건설 현장의 암묵지다. 한국 건설 산업은 수십 년간 이 암묵지의 세계 위에서 굴러왔다. 문서에 남은 것과 실제로 지어진 것 사이의 간극을, 관행과 침묵이 메워 온 것이다.


양성화와 처벌 강화는 바로 이 간극을 정조준한다. 양성화 절차는 현황도면 실측과 구조안전확인서 작성을 요구한다. 이는 곧 수십 년 묻혀 있던 암묵지를 공적 문서로 강제 전환하는 과정이다. 실측 도면이 그려지는 순간,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꿨는지가 기록 위로 올라온다. 건축사들이 느끼는 불안의 정확한 이름은 형사처벌 그 자체가 아니다. 과거 암묵지에 묻어 두었던 것들이 명시지로 끌려나올 때, 그 기록에 내 이름이 어떻게 남을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이다.

건설분쟁 감정 현장에서 이 장면은 매일 반복된다. 분쟁이 터지면 법원이 묻는 것은 단 하나, “누가 알았고, 누가 설명했으며, 어디에 남아 있는가”다. 구두 합의는 감정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기록이 없는 쪽이 진다. 이것은 감정인의 경험칙이 아니라 소송의 구조다.



5. 그래서 설명의무 — 설계·감리·시공, 셋의 궁합

설명의무는 의료계가 먼저 정착시킨 개념이다. 의사는 수술의 위험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는다. 설명하지 않은 위험이 현실화되면 수술이 완벽했어도 책임을 진다. 건설도 같은 구조로 간다. 다만 건설에는 주체가 셋이라는 점이 다르다. 설계자 혼자 설명의무를 다해도, 감리자와 시공자의 기록이 비어 있으면 구상권 다툼에서 책임은 기록이 빈 곳으로 흘러간다. 셋의 설명의무가 맞물려야 비로소 책임의 삼각형이 닫힌다.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건축사법의 성실의무와 손해배상 책임, 그리고 공사감리자는 하자를 발견하면 건축주에게 통지하고 시공자에게 시정·재시공을 요청할 채무를 진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229023 판결 등)다. 개정법의 구상권은 이 의무들을 형사와 금전의 언어로 번역했을 뿐이다.

주목할 것은 세 줄의 공통분모다. 전부 “말”을 “기록”으로 바꾸라는 요구다. 설명의무는 규제가 아니다. 구상권의 시대에 “나는 설명했고, 여기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면책 장치이자, 전문가의 신뢰 자산이다.



6. 설명의무의 완성 — 실시간 디지털 감리기록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기록하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기록이 법정에서 살아남는가. 분쟁 감정에서 기록의 증거력을 가르는 기준은 세 가지다. 언제 작성됐는가(작성 시점), 고칠 수 있는가(위·변조 가능성), 상대방에게 전달됐는가(도달성). 종이 감리일지는 세 기준 모두에서 취약하다. 사후에 몰아 쓸 수 있고, 다시 쓸 수 있으며, 서랍 속에 있었다면 전달을 입증할 수 없다.

실시간 디지털 감리기록은 이 세 약점을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에 시각과 위치가 자동으로 박히고, 검측 기록이 작성 즉시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사후 수정 이력이 남으며, 시정 지시가 앱을 통해 건축주와 시공자에게 동시에 전달되어 도달 시점까지 기록된다. 사후 재구성이 불가능하다는 바로 그 성질이, 역설적으로 기록자를 보호한다. 실시간성이 곧 증거력이다. 감정인의 눈으로 말하면, 타임스탬프가 박힌 검측 사진 한 장은 사후에 정리된 감리보고서 열 페이지보다 무겁다.

형사처벌과 구상권의 시대에 종이와 구두로 일한다는 것은, 매일 무방비로 현장에 나가는 것과 같다. 설명의무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라면, 실시간 디지털 기록은 “어떻게 남겨야 살아남는가”에 대한 답이다.

7. 맺으며 — 양성화는 과거를 정리하고, 설명의무는 미래를 정리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법리의 기준선을 빠르게 제시했고 관계부처 해석·운영기준 확인과 제도 개선 요청을 예고했다. 서울건축사회는 대응 TF로 실무 보호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방식은 달라도 건축 문화의 발전과 회원 보호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노력이며, 각각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 글이 보태고 싶은 대안은 그 연장선에 있다. 설계자 책임 범위의 판단 기준, 3자 공용 표준 설명확인서 서식, 위반 요구 거절·고지의 표준 절차, 실시간 디지털 기록의 표준화, 피해 발생 시의 법률구조 체계 — 이런 것들이 협회·시도회·회원이 함께 만들어 갈 다음 단계다. 그리고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에도 현장의 계약과 시공은 계속되므로, 기준의 공백기일수록 각자의 기록이 각자를 지킨다.


12년 만의 양성화가 과거의 암묵지를 정리하는 제도라면, 설명의무와 실시간 기록은 미래의 분쟁을 예방하는 제도다. 건축주가 몰래 고친 건물 때문에 설계자가 감옥에 가는 일은, 협회 말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당신이 설명했다는 사실이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한다. 이제 침묵과 관행은 미덕이 아니라 리스크다. 말하고, 기록하라. 그것이 이 개정법이 건축 전문가에게 보내는 단 하나의 메시지다.

근거자료: 대한건축사협회 회신(법제 230-1437, 2026.8.6),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안내(건축팀-918, 2026.8.7),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법률 제21820호, 2026.6.16 공포·2026.12.17 시행),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18864, 2026.7.23 국회 본회의 통과),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229023 판결.


본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변호사·건축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댓글


SOCIAL MEDIA

  • 화이트 페이스 북 아이콘
  • 화이트 유튜브 아이콘
  • 화이트 Google Play의 아이콘

* 상호 씨엠엑스 * 사업자등록번호 : 114-86-70890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2016- 서울금천-0474호 * 대표이사 : 이기상

* 주소 : 서울 금천 디지털로9길32 갑을그레이트밸리 B 1604 * 대표전화 :02 3462 1336 * 팩스 :3462-1306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