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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90일 전, 기술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건설 전문가의 미래 시리즈 · 01 | 현장의 사람들

준공 90일 전, 기술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와 품질·안전 실패의 상관관계


감리자·현장기술자·건설분쟁 전문가를 위한 전문 블로그 | 2026. 7.

CONTENTS

01 공정률 85%, 그날 38명이 죽었다


02 숫자가 말하는 진실 — 절반이 떠날 준비가 된 산업


03 이탈은 의리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04 같은 현장, 두 개의 명찰 — 그리고 비는 자리들


05 몸은 현장에, 생각은 다음 현장에


06 감리는 '사람의 공백'을 관리해야 한다


07 준공 90일의 카운트다운, 그리고 남는 것


01 INTRO

공정률 85%. 준공까지 두 달. 그날 38명이 죽었다.


2020년 4월 29일, 이천의 물류센터 신축현장. 골조는 끝났고 내부 마감이 한창이었다.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유증기 위로 불티가 떨어졌다.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고, 그날 현장에 있던 근로자 38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수사가 지목한 원인은 공기단축이었다. 화재 위험 경고가 여섯 차례 있었지만 무시됐고, 함께 해서는 안 되는 작업들이 한 건물 안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사람들은 이런 사고 앞에서 안전수칙을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부족하다. 수칙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무너지는 것이 있다. 조직이다. 준공이 다가오는 현장에서는 공정이 밀물처럼 차오르는 동안, 사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공무·품질·공사·안전을 가리지 않는다. 나는 이 구간을 '준공 공백'이라 부른다.


이 글은 그 공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하필 가장 위험한 시점에 생기며, 감리와 현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 준공단계의 품질·안전 실패는 개인의 태만이 아니라 고용구조의 산물이고, 따라서 관리의 대상이다.


02 DATA

숫자가 말하는 진실 — 절반이 떠날 준비가 된 산업


건설업의 고용구조부터 보자. 건설업 종사자의 직종 구성에서 일용직이 50.5%로 절반을 차지한다. 기술직이 27.8%, 사무직 12.4%, 기능직 9.0%다. 절반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고용도 끝나는 사람들이다. 산업 자체가 '떠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기술직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상당수가 '현장 채용 계약직'이다. 계약기간은 공사기간과 같다. 이들에게 준공은 완성의 날이자 계약 소멸의 날이다. 같은 날짜에 두 개의 사건이 겹친다. 회사에는 축하할 일이, 개인에게는 실직이 온다.


인력의 재생산도 멈췄다. 건설기술인 평균연령은 50.8세, 건설근로자의 평균 입직연령은 46.8세다. 현장 기능인력 10명 중 3명이 60대 이상이다. 건설업 취업자는 4년 새 26만 명이 줄었고, 일용직 근로자 수는 5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람이 귀해질수록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단은 더 없어진다.


■ 건설업 고용구조와 준공 시점의 거취

떠나는 쪽만 문제가 아니다. 들어오는 쪽도 문제다. 준공기에 급히 채워지는 대체 인력은 그 현장의 이력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도면은 넘겨받아도 맥락은 넘겨받지 못한다. 가장 위험한 시기의 현장이, 그 현장을 가장 모르는 사람들에게 맡겨진다. 이 역설이 준공단계 리스크의 두 번째 층이다.


이제 사고 통계를 겹쳐 보자. 최근 10년간 건설현장 화재 사망사고는 109건, 사망 182명, 부상 1,730명이다. 원인 분석은 한 지점을 가리킨다. 마감공사 단계다. 유증기가 차오르는 우레탄 작업과 불티를 만드는 용접·용단 작업이 같은 시기, 같은 공간에 몰린다. 2025년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286명으로 전년보다 3.6% 늘었다.


■ 마감·준공 단계에 집중된 대형화재

두 개의 곡선을 그려 보라. 공정이 진행될수록 화재 위험은 마감 구간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인력 이탈도 정확히 같은 구간에서 정점을 찍는다. 위험의 곡선과 공백의 곡선이 같은 자리에서 겹친다. 이것이 준공단계의 실체다.

03 DIAGNOSIS

이탈은 의리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현장은 떠나는 기술자를 배신자처럼 말한다. "준공도 안 보고 가느냐." 아니다. 질문이 틀렸다. 비정규직 기술자에게 준공은 완공이 아니라 실업의 예고일이다. 다음 현장을 미리 잡지 않으면 소득이 끊긴다. 채용시장은 준공 날짜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좋은 자리는 먼저 움직인 사람이 가져간다.


그래서 잔인한 순서가 생긴다. 유능한 사람부터 떠난다. 시장이 먼저 데려가기 때문이다. 이탈의 순서는 능력의 순서다. 현장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의리가 아니라, 갈 곳을 아직 정하지 못한 사정이다. 이 구조에서 개인의 책임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구조가 이탈을 명령하고 있다.


떠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남을 이유를 계약서에 써 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같은 현장, 두 개의 명찰


같은 현장사무실, 같은 안전조끼, 같은 아침 조회. 그러나 명찰은 두 종류다. 한쪽은 본사 정규직, 한쪽은 현장 채용 계약직이다. 급여가 다르고, 수당이 다르고, 경력의 인정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준공 다음 날의 운명이 다르다. 정규직은 다음 발령지를 기다리고, 계약직은 계약 만료 통지를 기다린다. 조직도는 하나인데 운명은 둘이다. 이것이 차등화 고용이다.


차등은 급여명세서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임감의 구조를 바꾼다. 회사가 나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헌신은 계약의 거울이다. 현장이 받는 헌신의 크기는 현장이 제공하는 고용의 깊이와 정확히 비례한다.


공백은 직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공무가 빠지면 기성·정산·클레임의 기록이 끊긴다. 품질이 빠지면 검측의 연속성이 끊긴다. 공사가 빠지면 공정 조율의 맥락이 끊기고, 안전이 빠지면 화기작업 허가와 감시의 눈이 사라진다. 대체 인력은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장의 기억은 오지 않는다. 어느 벽 뒤에 어떤 배관이 지나가는지, 어느 구간의 방수가 재시공되었는지, 어떤 하도급사와 어떤 구두 합의가 있었는지는 사람과 함께 퇴장한다.


나는 이것을 '연속성 부채'라 부른다. 인수인계 없는 이탈이 하나씩 쌓아 놓는 보이지 않는 빚이다. 이 빚은 준공검사 때 청구되지 않는다. 준공 후 하자소송에서, 정산 분쟁에서, 그리고 최악의 경우 사고 조사에서 청구된다.


감정인의 자리에서 보면 이 빚의 청구서가 정확히 보인다. 하자소송 감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시공 당시의 기록이다. 검측대장의 서명자가 준공 3개월 전에 바뀌어 있고, 그 이후의 기록이 앞의 기록과 형식조차 다르다면, 그 현장의 준공단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안다. 기록의 단절점은 곧 관리의 단절점이고, 법정에서는 책임의 단절점이 된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몇 년 뒤 감정서의 한 줄로 되돌아온다.

몸은 현장에, 생각은 다음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도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점심시간에 이력서를 고치고, 오후에는 면접 전화를 기다린다. 근무 중인 현재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인지가 묶여 있는 상태. 나는 이것을 '미래 매몰'이라 부른다. 몸은 현장에 있지만 주의력은 이미 다음 현장에 가 있다.


안전관리의 최대 적은 무지가 아니라 주의력의 분산이다. 그런데 마감기의 현장은 하필 주의력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구간이다. 마감·설비·소방·조경 공종이 한꺼번에 들어와 동시작업 밀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우레탄과 용접이 한 층에서 만나고, 상부와 하부에서 서로 다른 하도급사가 일한다. 조율할 것이 가장 많은 시기에, 조율할 사람의 마음이 가장 흩어져 있다.

사고의 경로는 이렇게 완성된다. 고용구조가 이탈을 만들고, 이탈이 관리 공백을 만들고, 남은 자의 미래 매몰이 집중의 공백을 만든다. 그 위로 마감기의 위험 정점이 지나간다. 이천의 화재는 우레탄과 불티의 만남이기 이전에, 이 네 개의 공백이 겹친 자리였다.

04 SOLUTION

감리는 '사람의 공백'을 관리해야 한다


감리의 확인 대상은 시공 상태만이 아니다. 시공 체계다. 그리고 사람이 빠져나간 체계는 그 자체로 부적합이다. 준공 90일 전부터 감리의 지도·감독 항목에 '인력'이 정식으로 올라와야 한다. 네 개의 축으로 정리한다.

첫 번째 축은 계약이다. 발주자와 원도급 계약에 핵심기술인의 준공 시까지 유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교체가 불가피하면 동등 자격자로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게 한다. 준공 후 하자검사·정산 기간까지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공사비에 반영되어야 한다. 인력 유지비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료다. 준공 90일의 인건비와 준공 후 3년의 소송비 중 무엇이 싼지는 계산할 필요도 없다.


두 번째 축은 조직이다. 인수인계를 개인의 성의에서 시스템의 의무로 바꿔야 한다. 준공 90일 전 인력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직무별 백업 담당자를 지정하고, 문서화된 인수인계 프로토콜을 가동한다.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떠나면서 가져가는 것은 줄일 수 있다.

세 번째 축은 감리의 실무다. 기술자 배치 현황을 검측·자재와 같은 급의 상시 확인 항목으로 관리한다. 배치기준 미달과 무단 교체에는 시정지시를 발행한다. 마감기 화기작업은 허가제를 강화하고, 동시작업 조정 회의를 감리가 주재한다. 감리일지에 인력 변동을 기록으로 남겨라. 이 기록은 훗날 분쟁에서 감리 자신을 지키는 증거가 된다. 지도·감독의 흔적이 없는 감리는, 법정에서 공백의 공범으로 소환된다.

네 번째 축이 나머지 셋을 지탱한다. 기록의 디지털화다.


장면 하나. 준공 두 달 전, 품질과장이 사직서를 낸다. 그의 책상 서랍에는 손때 묻은 수첩이 있다. 어느 세대의 타일이 재시공되었는지, 어느 층 방수가 보완되었는지가 그 수첩에만 있다. 수첩은 퇴사와 함께 현장을 떠난다. 개인 수첩, 수기 야장, 하도급사와의 카톡방. 이 현장의 기억장치들은 전부 사람에게 묶여 있다. 사람이 비정규직이면 기록도 비정규직이 된다.


순서를 뒤집어야 한다. 검측 사진, 자재 검수, 화기작업 허가, 작업지시가 개인의 수첩이 아니라 클라우드에 실시간으로 쌓이면, 사람이 바뀌어도 이력은 이어진다. 후임자는 전임자의 수첩을 찾아 헤매는 대신 시스템에 로그인한다. 나는 이것을 '기록의 정규직화'라 부른다. 사람의 고용은 비정규일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의 고용은 반드시 정규여야 한다.


■ 인력 이탈 국면의 아날로그 vs 디지털

05 ROADMAP

준공 90일의 카운트다운


언제 시작하는가. 준공식 전날은 아니다. 공정률 80%를 넘는 순간, 인력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다. 카운트다운은 D-90에 시작되어야 한다.


■ 준공 90일 인력 리스크 관리 로드맵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정량적으로는 마감기 화재·품질 실패의 확률이 내려가고, 재시공과 준공 지연의 비용이 줄어든다. 준공 후 분쟁에서는 기록이 남은 쪽이 이긴다. 정성적으로는 더 크다. 감리는 지도·감독의 증거를 확보해 자신의 책임을 방어하고, 기술자는 마지막 날까지 일할 이유를 계약서에서 확인한다. 나는 감리자로서 준공 90일 전 조직도가 흔들리는 현장을 여러 번 보았다. 무너진 현장과 버틴 현장의 차이는 사람의 착함이 아니었다. 준비의 유무였다.


06 CONCLUSION

건물은 완성되고, 조직은 해체된다


공정률 그래프는 오른쪽 위로 올라간다. 조직력 그래프는 같은 구간에서 아래로 꺾인다. 건물의 완성과 조직의 해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산업. 이 역설을 인정하는 데서 준공관리가 시작된다. 이탈을 도덕으로 꾸짖는 현장은 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이탈을 구조로 관리하는 현장은 준공을 무사히 건넌다.


차등화 고용이라는 뿌리는 한 현장의 힘으로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준공 공백은 관리할 수 있다. 계약으로 붙잡고, 시스템으로 인계하고, 감리로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면 된다. 남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막지 못해도, 남는 기록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있다.

REFERENCES

고용노동부, 2025년(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결과, 2026.

한국고용정보원, 최근 건설업 노동시장 위기의 원인과 발전방향, 지역산업과 고용 2025 여름호.

행정안전부, 건설현장 용접작업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보고.

매일노동뉴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공기단축'이 원인이었다, 2020.

머니투데이, 화재 위험 6차례 경고 무시… 38명 목숨 잃었는데 무죄, 2026. 4.

아주경제, 건설현장 10명 중 3명이 60대 이상… 고령화에 인력난 빨간불, 2026. 7.

뉴스핌, 건설업 취업자 4년 새 26만명 줄었다… 고용 한파 장기화, 2026. 7.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설기술인 동향 브리핑(평균연령 50.8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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