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고서] 비상주감리라는 형용모순

CONSTRUCTION DX · 2026. 10
[AI보고서] 비상주감리라는 형용모순
확인 없는 확인의 제도화
상주하지 않는 감리는 감리인가.
감리는 확인하는 일이다. 건축법은 공사감리를 건축물이 설계도서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는 일로 정의한다. 확인하려면 봐야 하고, 보려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장에는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감리가 있다. 이름이 비상주감리다. 감리하지 않는 감리처럼 들리는 이 단어를, 우리는 별 저항 없이 쓴다.
한 장면을 상정해 보자. 화요일 오후 두 시, 감리자가 현장에 도착한다. 방문 주기는 계약이 정한다. 이 글에서는 주 1회를 기준 사례로 놓는다. 현장소장이 철근 배근 사진과 점검표를 내민다. 감리자는 사진을 넘겨 보고 현장을 한 바퀴 돈 뒤 감리일지 서명란에 이름을 쓴다. 사십 분이 걸렸다. 그 서명은 일주일치 공사를 덮는다.
여기서 모순이 시작된다. 숫자로 못 박아 보자. 주 40시간 일하는 현장에서 확인에 쓴 시간이 40분이면 1.7%다. 가정한 수치이지만 구조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확인은 1.7%에 걸려 있는데, 서명은 100%에 걸려 있다. 방문과 방문 사이 엿새 동안 콘크리트는 타설되고, 동바리는 풀리고, 철근은 가려진다. 감리자는 그 구간을 보지 못했다. 그 구간에 대해서도 서명했다.

이 글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확인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어떤 근거로 지는가. 제도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았다. 답 대신 서명란을 만들었다. 서명란은 확인의 증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확인의 빈칸을 가리는 덮개가 될 수 있다.
1. 상주하지 않는 확인자의 탄생 배경
비상주감리는 법이 설계한 제도가 아니다. 법이 남긴 제도다. 건축법 시행령은 건축사보가 현장에 상주해야 하는 공사를 열거한다. 대표적인 기준이 바닥면적의 합계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다(축사와 작물 재배사는 제외). 연속된 5개 층 이상이면서 바닥면적의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공사도 상주 대상에 든다. 법제처는 2015년 12월 24일 해석(안건번호 15-0712)에서, 앞의 기준은 건물 한 동이 아니라 하나의 대지 안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전체 바닥면적의 합계를 뜻한다고 정리했다.
열거는 배제를 낳는다. 상주해야 하는 공사를 적으면, 적히지 않은 공사는 자동으로 상주 의무 밖에 놓인다. 거기에 비상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상주는 고른 모델이 아니라 잔여 감리다. 상주 대상에서 빠진 나머지가 저절로 편입되는 감리다. 이유는 단순하다. 상주 감리원 한 명의 인건비를 소규모 공사의 감리비가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주의 문턱은 규모와 위험을 기준으로 좁게 그어졌다.

이름도 증상이다. 비상주라는 단어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아닌가'로 자신을 정의한다. 상주가 아니라는 사실만 말하고, 대신 무엇을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부정형으로 지어진 이름에는 기준이 들어 있지 않다. 몇 번을 방문하는지, 무엇을 확인하는지, 방문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확인하는지가 이름 속에 없다. 이름에 기준이 없으면 기준은 계약서가 쓰고, 계약서가 쓰지 않으면 관행이 쓴다. 관행은 비용이 낮은 쪽으로 기운다.
감리의 본래 취지를 떠올려 보자. 감리는 건축주가 전문가인 제3자에게 시공의 확인을 맡기는 제도다. 건축주는 시공 품질을 직접 확인할 능력이 부족하고, 시공사는 확인받는 당사자다. 그 사이에 설계도서를 이해하는 건축사가 들어가 시공이 설계도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한다. 이 구조가 서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확인할 능력과 확인할 시간이다. 능력은 자격으로 담보된다. 시간은 어디에서도 담보되지 않는다. 비상주감리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문턱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내려왔다. 2018년 서울 상도동에서 공사장 흙막이 가시설이 무너져 인근 유치원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2월 10일부터 2020년 1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하고, 깊이 10미터 이상 굴착공사와 높이 5미터 이상 옹벽 공사에 경력 2년 이상의 건축사보 등 감리원을 상주시키는 안을 내놓았다. 시행 목표는 2020년 4월이었다. 그전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연면적 기준만 있었고, 고위험 공정 자체를 상주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다.
2020년 7월에는 더 큰 안이 나왔다. 상주 대상 기준을 5개 층·3천 제곱미터에서 2개 층·2천 제곱미터로 낮추고, 공사 기간 동안 안전관리만 전담하는 감리원을 별도로 배치하는 안이다. 소규모 공사의 현장관리인이 현장을 이탈했을 때 과태료도 올렸다. 1차 위반은 10만 원에서 20만 원, 2차 위반은 20만 원에서 30만 원이다. 현장을 비우는 값을 매기는 단위가 이 수준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사고가 나면 문턱이 한 칸 내려온다.
이것이 사후 문턱이다. 사고가 문턱을 낮추고, 낮아진 문턱 위에 있는 공사만 보호받는다. 문턱 아래의 공사는 다음 사고를 기다린다. 제도의 속도가 사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상주 기준을 열거 방식으로 두는 한, 이 구조는 되풀이된다. 열거되지 않은 공사 가운데 어디서 다음 사고가 나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공백은 누가 메우는가. 계약이 메운다. 방문 주기, 체류 시간 같은 비상주감리의 구체적인 밀도는 상당 부분 건축주와 감리자 사이의 계약서에 들어 있다. 그리고 계약서는 감리비로 수렴한다. 확인의 밀도가 가격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다음 장에서 그 가격표가 무엇을 사는지 따져 본다.
2. 주 1회 방문으로 무엇을 보증하는가
서명은 보증이다. 감리자가 감리일지와 검측 확인서에 이름을 쓰는 순간, 그 이름은 '내가 확인했다'는 진술이 된다. 문제는 이 진술이 무엇에 대한 것이냐다. 방문 시점의 눈앞 상태에 대한 진술인가, 지난 방문 이후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진술인가. 서명란은 그 구분을 적을 칸이 없다.
방문이 잡아내는 것과 놓치는 것을 나눠 보자. 방문은 눈앞에 남아 있는 것을 본다. 시공된 벽체의 규격, 쌓여 있는 자재, 정리 상태, 안전 시설물의 설치 여부가 그렇다. 방문이 놓치는 것은 시간 축에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콘크리트가 덮으면 보이지 않는 철근 배근, 마감이 덮으면 보이지 않는 방수층과 매립 배관, 일정 기간만 버텨야 하는 동바리와 가설 구조물, 어느 날 오후에 바뀌고 다음 날 되돌려진 시공 방법이 그렇다. 이것들은 방문이 없는 엿새 사이에 일어나고, 방문하는 날에는 이미 사라져 있다.
이 간격이 서명의 시차다. 서명하는 시점과 시공이 일어난 시점 사이의 거리다. 상주감리에서도 시차는 있지만 하루 안쪽이다. 주 1회 방문이면 시차는 최대 일주일이다. 그 일주일 동안 감리자는 현장을 본 적이 없는데, 일주일치 시공은 그의 서명 아래로 들어간다. 시차가 길수록 서명은 확인의 결과가 아니라 신뢰의 표시에 가까워진다.
■ 표 1. 확인의 구조 비교 (일반론)


※ 구조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일반론이며, 개별 계약과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방문 40분의 내역도 따져 보자. 가정이다. 도착해서 시공사와 인사하고 서류를 받는 데 10분, 점검표와 사진을 훑는 데 10분, 현장을 도는 데 15분, 일지를 쓰고 서명하는 데 5분이 든다고 하자. 실제로 눈으로 현장을 보는 시간은 15분이다. 주 40시간 가운데 0.6%다. 이 15분 동안 감리자는 대개 현장 쪽이 안내하는 동선을 따라 걷는다. 안내받은 동선은 정돈된 곳을 지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시간이 짧으면 동선은 안내하는 쪽이 정하게 된다. 확인의 주도권이 확인받는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철근 배근 검측을 예로 들어 보자. 배근은 타설 직전까지만 눈에 보인다. 간격, 피복 두께, 이음 길이, 보강근의 위치는 콘크리트가 덮는 순간 확인 대상에서 사라진다. 이후에 확인하려면 비파괴 검사나 코어 채취처럼 비용과 위험이 큰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배근 검측은 시간이 정해진 확인이다. 타설 직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그 시각에 감리자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방문 주기가 주 1회인 현장에서 타설 일정이 방문 요일과 어긋나면 둘 중 하나가 양보한다. 타설을 미루거나, 확인을 서류로 대체한다. 일정 압박이 큰 현장에서 어느 쪽이 양보하기 쉬운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구조는 기록이다. 방문 사이의 구간을 증명하려면 누군가 기록을 만들어야 한다. 감리자가 없으니 시공 측이 만든다. 시공 측이 찍은 사진, 시공 측이 작성한 점검표, 시공 측이 올린 시험 성적서가 감리자의 확인 재료가 된다. 확인받는 쪽이 확인의 재료를 만드는 구조다. 이것이 대리 기록이다. 시공 측을 불신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구조가 그렇다는 말이다. 확인자가 보지 못한 구간의 증거는 보지 않은 사람이 만들 수밖에 없다. 사진 한 장은 사실을 담지만, 찍지 않은 것은 담지 못한다. 어떤 각도에서, 어느 시각에, 무엇을 빼고 찍었는지는 사진 안에 없다.

세 번째 구조는 돈이다. 2024년 2월 국토교통부가 감리제도 개편 연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가 짚은 현행 구조의 문제는 분명했다. 감리자를 건축주가 고르고, 감리비도 건축주가 낸다. 이해상충이다. 건축주 입장에서 감리비는 줄일수록 이익이고, 감리자 입장에서 방문 횟수는 감리비를 쪼갠 단가의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감리 사무소의 절반 이상이 소규모이고, 1인 사무소가 47%에 이른다. 한 사람이 여러 현장을 맡는 구조에서 방문 한 번의 시간은 늘리기 어렵다.
이 세 구조를 겹치면 윤곽이 나온다. 시차는 길고, 기록은 시공 측이 만들고, 확인에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은 얇다. 이 구조에서 서명은 무엇을 보증하는가. 방문 시점의 상태, 제출된 자료의 형식적 정합성, 그리고 감리자가 그 현장에 대해 지고 있다고 간주되는 책임이다. 마지막이 문제다. 확인은 얇은데 책임은 두껍다. 확인은 비례하고, 책임은 등가다. 방문이 늘면 확인이 늘지만, 방문이 줄어도 책임은 줄지 않는다.
역설을 한 줄로 묶으면 이렇다. 감리는 확인을 파는 제도인데, 비상주감리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것은 확인의 시간이 아니라 서명이다. 시장은 서명을 싸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확인은 시간이 들고, 서명은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확인에 투자하는 감리자는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다. 제대로 확인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오래 가지 못하지만, 무너질 때는 현장에서 무너진다.
반론이 있다. 소규모 공사에 상주 감리원을 두면 감리비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그 부담은 결국 건축주와 소비자에게 간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이 글도 모든 현장에 상주를 요구하지 않는다. 비상주는 필요하다. 다만 필요한 것과 충분한 것은 다르다. 비상주가 필요한 이유는 비용이고, 비상주가 불충분한 이유는 시차다. 비용을 이유로 비상주를 택하면서 시차의 값은 계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이 구조의 문제다. 비상주의 문제는 상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주하지 않는 것을 보완하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3. 사고 후 책임은 상주와 같이 묻는다
사고가 나면 장부가 열린다. 누가 무엇을 확인했는지, 확인한 흔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이때 방문 주기는 변명이 되지 못한다. 책임을 묻는 쪽의 논리는 단순하다. 서명했으면 확인한 것이다. 확인하지 않고 서명했다면 그것이 곧 과실이다.
감리자가 지는 책임은 세 갈래로 흐른다. 형사 책임, 건축사법 등에 따른 행정 처분, 그리고 건축주와 입주자가 제기하는 민사 손해배상이다. 세 갈래 모두에서 다툼의 중심에는 통상 같은 질문이 놓인다. 확인해야 할 시점에 확인했는가, 그 확인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가. 방문 횟수는 이 질문의 답이 아니라 답의 재료일 뿐이다.
■ 표 2. 사고 이후 책임의 세 갈래 (일반론)


※ 개별 사건의 쟁점과 처분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에 따라 달라진다.
2022년 1월 11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건물 상층부가 무너져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3년여 뒤인 2025년 1월 20일 1심 선고가 나왔다. 법원은 사고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짚었다. 하나는 PIT층의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무단으로 바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임시 지지대인 동바리를 이른 시기에 철거한 것이다. 설계 대비 하중이 약 30톤, 대략 두 배 늘어난 상태에서 콘크리트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선고 결과는 이렇게 갈렸다. 시공사와 하도급사의 현장 관계자 5명에게 징역 2년에서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6명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임원과 건축사 등 6명은 무죄였다. 법인 벌금은 HDC현대산업개발 5억 원, 가현건설 3억 원, 건축사사무소 광장 1억 원이었다. 이 글은 판결문의 세부 쟁점을 다루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에서 두 가지는 읽어 둘 만하다.
하나는 책임이 현장에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도착했다는 점이다. 실형은 현장 관계자에게 집중됐다. 현장에 가까울수록 책임이 먼저 닿는 구조에서, 현장에서 먼 위치에 있는 확인자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서명으로 현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상주가 해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단지 아파트 현장은 상주 대상 기준을 훌쩍 넘는다. 상주 의무가 있는 규모의 현장에서도 사고는 났다. 이 글은 이 현장의 감리 방식을 단정하지 않는다. 사고의 원인 두 가지가 모두 시간 축에서 사라지는 행위라는 점에 주목할 뿐이다.
공법 변경과 동바리 철거는 현장에서 일어난 뒤 곧 다른 공정에 덮이거나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 순간을 보지 못하면 나중에 확인할 방법이 줄어든다. 이 대목에서 비상주와 상주의 차이는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문제는 '상주했는가'가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 확인이 있었는가'다. 상주해도 확인이 없을 수 있고, 상주하지 않아도 확인이 있을 수 있다. 상주는 확인을 보장하는 수단이었을 뿐, 확인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상주가 아니라 확인이다.
여기에 입증의 문제가 얹힌다. 확인했다는 사실과 확인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현장에서 눈으로 본 것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분쟁에서 눈으로 본 것은 증언이 되고, 기록은 증거가 된다. 증언은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고 증거는 흔들리는 폭이 작다. 보이지 않는 확인은 하지 않은 확인과 비슷한 값을 받는다. 확인을 열심히 한 감리자가 억울해지는 순간은 대개 확인의 기록이 없을 때다.
분쟁에서 기록을 읽는 방식에도 요령이 있다. 기록 하나를 따로 읽지 않고 서로 맞춰 본다. 감리일지의 날짜와 공사일지의 날짜, 사진의 촬영 시각, 시험 성적서의 날짜, 검측 확인서의 서명일을 한 줄에 놓고 비교한다. 날짜가 맞물리면 기록은 사실의 뼈대가 된다. 날짜가 어긋나면 어긋난 지점이 쟁점이 된다. 타설일은 있는데 검측일이 타설 뒤이거나, 지시일은 있는데 시정 확인일이 없는 식이다. 이것이 기록의 교차 정합이다. 교차 정합이 되는 기록은 만들 때부터 시각과 위치가 같은 틀에 담겨 있어야 한다. 사후에 맞추려고 하면 이미 늦다.

사고 뒤 책임을 다투는 논리는 정해진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건축주는 감리비를 지급했으니 확인은 감리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시공사는 감리자가 검측을 승인했으니 시공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감리자는 제출된 자료와 방문 당시의 상태를 근거로 판단했다고 말한다. 각자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그래서 책임은 세 당사자 사이를 오가며 지연된다. 이것이 책임의 핑퐁이다. 핑퐁을 끝내는 것은 말이 아니라 기록이다. 누가 무엇을 언제 요청하고 확인하고 승인했는지가 시각과 함께 남아 있으면 공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멈춘다.
그래서 사후에 묻는 책임이 가혹하다는 불만은 절반만 맞다. 책임이 비상주와 상주에서 같다는 사실은 부당함의 증거가 아니라 제도의 전제다. 제도는 감리자에게 '상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라'고 요구한다. 방문이 적은 감리자는 그 상태를 방문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록을 쌓는 것이다. 분쟁이 되면 쟁점은 대개 기록으로 수렴한다. 기록이 없는 구간은 서로 다른 주장이 채운다. 그리고 그 주장 싸움에서, 확인이 얇았던 쪽이 지는 경우가 많다.
4. 원격 감리 기술은 면죄부가 되는가
기술은 이미 현장에 들어와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1월 AI CCTV와 앵커 로봇 등 5개를 그해의 스마트 건설혁신 기술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민간 건축공사장에 CCTV와 AI를 결합한 시각지능 시스템을 지원하는 사업을 안내했다. 현대건설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원격 현장 플랫폼을 개발했고, 스스로 국내 최초라고 소개했다. 현장을 멀리서 본다는 발상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다.
여기서 질문이 나온다. 카메라와 센서가 현장을 보고 있으면, 감리자가 현장에 없어도 확인한 것이 되는가. 반대로 말하면, 이런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이 사고 후 책임을 덜어 주는가. 짧게 답하면 둘 다 아니다. 이유는 기술이 하는 일과 확인이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보는 것이다. 영상과 센서가 현장의 상태를 데이터로 바꾼다. 다음은 아는 것이다. AI가 영상 속에서 안전모 미착용, 개구부 방치, 자재 적치 같은 이상 징후를 골라낸다. 마지막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설계도서와 일치하는지, 허용 범위 안에 있는지,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도 되는지를 판단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기술은 앞의 둘을 싸게 만든다. 마지막 단계는 여전히 서명하는 사람의 몫이다. 관측과 확인의 간극이다.
■ 표 3. 관측 · 판단 · 확인의 세 층


※ 기술이 앞의 두 층을 대신해도 마지막 층의 책임은 줄지 않는다.
그러면 기술은 쓸모가 없는가. 정반대다. 기술의 값어치는 면책이 아니라 증명에 있다. 카메라와 앱이 남긴 기록은 감리자를 보호하는 증거이면서 동시에 감리자를 겨누는 증거다. 위험 구간에 감리자가 어떤 영상을 열람했고, 어떤 경보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가 모두 시각과 함께 남는다. 제대로 확인한 감리자에게는 방패가 된다.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 감리자에게는 증거가 된다. 기록이 많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선명해진다.
이것이 기술 면책의 착시다. 'CCTV를 달아 놨으니 괜찮다'는 믿음이다. 기술을 도입한 사실은 확인 의무를 이행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도입한 기술로 실제로 확인했다는 기록이 증거가 된다. 기술이 있는 것과 기술을 쓴 것은 다르다. 분쟁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대개 후자다.

원격 확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 흐름으로 그려 보자. 가상의 흐름이다. 시공사가 철근 배근을 마치고 검측을 요청한다. 요청은 시각과 함께 감리자의 화면에 뜬다. 감리자는 배근 사진을 연다. 사진에는 촬영 위치와 시각이 자동으로 찍혀 있고, 기준자와 부재 번호가 함께 보인다. AI가 누락이 의심되는 부위를 표시한다. 감리자는 의심스러운 구간을 지정해 추가 촬영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영상통화로 직접 보여 달라고 한다. 이상이 없으면 확인을 기록하고 타설을 허용한다. 이상이 있으면 시정을 요청하고 시정 사진을 다시 받는다. 이 흐름의 모든 단계에 시각이 남는다.
이 흐름이 방문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배근 간격과 피복 두께처럼 측정이 필요한 확인, 용접과 체결부처럼 가까이서 봐야 하는 확인, 타설 직전의 최종 점검은 여전히 현장에서 해야 한다. 원격 확인은 방문의 대체재가 아니라 방문 사이의 구간을 채우는 보완재다. 사람이 현장에 가는 날은 줄지 않아도 된다. 대신 방문하지 않는 날이 '확인이 없는 날'에서 '확인이 기록되는 날'로 바뀐다. 이 차이가 서명의 시차를 줄인다. 시차가 줄면 서명이 담는 확인의 범위가 실제 확인한 범위와 가까워진다.
원격 기술에는 약점도 있다. 화각이 그렇다. 카메라가 보는 곳은 현장의 전부가 아니고, 위험한 작업은 사각에서 일어나곤 한다. 경보 피로도 있다. 경보가 하루 수십 건씩 울리면 감리자는 곧 경보를 열어 보지 않게 된다. 데이터의 주인이 누구냐는 문제도 있다. 카메라와 시스템을 시공 측이 설치하고 운영하면 앞서 말한 대리 기록 문제가 영상으로 되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신뢰성이 있다. 시각과 위치가 자동으로 박히지 않고 수정 이력이 남지 않는 기록은 분쟁에서 증거의 힘이 약하다. 근로자 영상을 다루는 개인정보 문제도 설계 단계에서 함께 풀어야 한다.
AI의 판단에는 별도의 질문이 붙는다. AI는 오탐과 미탐을 모두 낸다. 없는 이상을 있다고 알리기도 하고, 있는 이상을 놓치기도 한다. 경보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상이 없었다는 증명이 아니다. 감리자가 AI의 결과를 보고 확인했다고 서명했는데 AI가 놓친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가는가. 현재의 법 구조에서 그 답은 서명한 사람이다. AI는 판단의 보조 수단이고 책임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의 결과를 어디까지 확인의 근거로 삼는지, AI가 보지 않는 영역은 무엇인지를 계약과 업무 절차에 적어 두어야 한다. 기술을 쓰는 순간 책임의 경계도 다시 그려야 한다.
이 약점들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설계의 과제다. 경보는 중요도를 나누어 감리자에게 필요한 것만 올리도록 설계할 수 있다. 데이터의 주인은 계약으로 정할 수 있다. 시각과 위치는 자동으로 기록하고 수정 이력을 남기도록 만들 수 있다. 화각의 사각은 촬영 기준을 정해 사람이 채울 수 있다. 약점이 보이는 기술은 고칠 수 있는 기술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약점을 보지 않고 도입하는 일이다.
결국 원격 기술이 해결하는 것은 접근이다. 현장에 가지 않고도 볼 수 있게 한다.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판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카메라가 아니다. 카메라가 보여 준 것, AI가 짚은 것, 시공자가 올린 것, 감리자가 판단한 것이 한 줄의 기록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관측과 확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 위에 놓인 확인의 절차다.
5. 확인의 밀도를 계약에 명시하라
이제 한국 건설 현장에 이 문제가 어떻게 닿는지 말할 차례다. 비상주감리는 상주 의무 밖에 놓인 모든 현장의 감리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다음 사고가 같은 자리에서 날 가능성은 그대로 남는다. 사고가 나면 문턱이 한 칸 내려오고, 문턱 아래의 현장은 다시 다음 사고를 기다린다. 이 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문턱을 더 내리는 것이 아니라 문턱 아래의 확인 밀도를 계약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제도 개편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됐다. 건축주가 감리자를 고르고 감리비를 내는 이해상충을 끊겠다는 취지다. 방향은 옳다. 다만 이것이 풀어 주는 문제는 하나다. 선정의 독립이다. 누가 감리자를 고르느냐의 문제다. 확인을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 곧 확인의 밀도는 별개의 축이다. 지정감리로 선정이 독립되어도 한 주에 한 번 오는 방문 감리는 한 주에 한 번 확인할 뿐이다. 두 축을 섞으면 처방이 어긋난다.

밀도는 측정되어야 계약할 수 있다. 측정되지 않는 밀도는 약속일 뿐 계약이 될 수 없다. 방문 횟수는 쉽게 세지만, 방문이 무엇을 확인했는지는 세기 어렵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횟수가 아니라 '확인해야 하는 순간'을 적어야 한다. 아래 표는 그 순간을 조항으로 옮긴 제안이다.
■ 표 4. 확인의 밀도를 담은 감리계약 조항(안)


※ 계약 조항은 현장 규모와 위험도에 맞춰 조정하는 제안이며, 법정 기준을 대체하지 않는다.
조항이 현장 유형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 가지 가상의 현장에 놓아 보자. 첫 현장은 상주 의무 밖에 있는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이다. 공사 기간이 짧고 공정이 빠르게 덮인다.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방문 횟수의 증가가 아니라 은폐 전 확인의 목록이다. 배근, 방수, 매립 배관처럼 가려지는 공정을 여섯 개 안팎으로 추려 계약서에 적고, 각 공정은 검측 요청과 확인 기록이 있어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게 한다. 방문은 주 1회로 유지해도 된다. 방문하지 않는 날에는 요청이 올 때 원격으로 확인한다.
두 번째 현장은 상주 의무에는 못 미치지만 층수와 면적이 상당한 중규모 건축물이다. 여러 층에서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어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곳을 보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확인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구조와 안전에 관련된 공정을 상위 등급으로 두고, 상위 등급은 현장 확인을 원칙으로 한다. 하위 등급은 원격 기록으로 처리한다. 방문 일정은 주기가 아니라 공정표에서 거꾸로 짠다. 타설과 동바리 해체가 있는 날이 방문일이 된다.
세 번째 현장은 상주 의무가 있는 대단지다. 이곳의 문제는 상주 여부가 아니라 확인의 일관성이다. 감리원이 상주해도 공종이 많고 현장이 넓으면 확인의 사각이 생긴다. 어떤 공정이 어느 시각에 확인되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야 상주라는 형식이 확인이라는 실질로 증명된다. 앱은 이곳에서 상주를 대체하지 않는다. 상주의 확인이 빠짐없이 쌓였는지를 점검한다. 세 현장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원칙으로 수렴한다. 확인은 기록되어야 하고, 기록은 계약과 연결되어야 한다.
조항은 쓰는 것보다 지키게 하는 것이 어렵다. 은폐 전 확인이 이행되었는지는 누가 증명하는가. 원격 확인을 했다는 기록은 누가 보관하는가. 시공 측이 검측을 요청한 시각과 감리자가 확인한 시각 사이의 간격은 어디에 남는가. 종이 점검표와 개인 메신저 사진으로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기록이 흩어져 있고, 시각과 위치가 자동으로 박히지 않고, 누가 언제 고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결론이 나온다. 필요한 것은 현장의 정보가 서로 공유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발생한 사진, 검측 요청, 공정 상황, 지시 사항이 발생한 시점에 기록되고, 시공사와 감리자와 건축주가 같은 정보를 같은 시각에 본다. 감리자가 현장에 있지 않아도 원격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AI 감리앱이 그 자리에 선다. 이 앱이 하는 일은 세 가지다.
기록은 발생 시점에 남는다. 시각과 위치가 자동으로 박히고 수정 이력이 남는다. 대리 기록이 아니라 공유 기록이 된다. 정보는 한 번 입력되어 모두가 본다. 시공사가 올린 것을 감리자가 보고, 감리자가 내린 지시를 시공사가 확인하고, 그 모두를 건축주가 열람한다. AI는 확인의 시간을 아낀다. 누락된 검측, 지연된 시정, 이상 징후를 골라내어 감리자가 봐야 할 곳에 시간을 몰아 준다. AI가 감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감리자가 확인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늘린다. 판단과 서명은 끝까지 사람의 일이다.

■ 표 5. 수기·메신저 중심 감리와 AI 감리앱 중심 감리

※ 앱의 기능은 제품과 설계에 따라 다르며, 위 표는 갖추어야 할 요건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 앱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앱이 현장에서 쓰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입력이 쉬워야 한다. 사진 한 장을 올리고 부재와 공정을 고르는 일이 몇 초 안에 끝나지 않으면 현장은 앱을 쓰지 않는다. 통신이 약한 지하와 골조 현장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쌓은 기록이 접속 시점에 시각을 유지한 채 올라가야 한다. 역할과 권한이 나뉘어야 한다. 시공사, 감리자, 건축주가 각자 볼 수 있는 것과 고칠 수 있는 것이 다르고, 고친 이력은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
알림에는 위계가 있어야 한다. 모든 알림이 같은 크기로 울리면 모든 알림이 무시된다. 은폐 전 확인이 필요한 공정이 확인 기록 없이 진행되면 즉시 경고를 보내야 한다. 이것이 계약 조항과 앱을 잇는 연결 고리다. 계약서에 '확인 전 후속 공정 금지'를 적었다면, 앱은 확인 기록 없이 후속 공정이 기록되는 순간을 잡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서류와 호환되어야 한다. 쌓인 기록에서 감리일지와 감리보고서의 양식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은 새로운 서류를 하나 더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쓰던 서류가 저절로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이 구조는 앞에서 만든 개념을 하나씩 닫는다. 서명의 시차는 기록의 시차로 줄어든다. 대리 기록은 공유 기록으로 바뀐다. 관측과 확인의 간극에는 확인의 절차가 놓인다. 계약서에 적은 확인의 밀도는 앱이 쌓은 기록으로 증명된다. 계약은 약속하고, 앱은 증명한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반쪽이다. 앱 없는 계약 조항은 지켜졌는지 알 수 없고, 계약 없는 앱은 쓰이지 않아도 아무 일이 없다.
반론을 정면으로 받아 보자. 첫 번째 반론은 기록이 칼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기록되면 감리자의 작은 실수까지 증거가 된다는 우려다. 맞다. 기록은 양날이다. 그러나 기록이 없는 감리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입증할 수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도 없는 상태에 있다. 후자는 사고 후 가장 불리한 자리다. 두 번째 반론은 시공사가 입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반론은 계약으로 풀어야 한다. 검측 요청과 후속 공정 승인을 앱 기록에 연결해 두면 입력하지 않는 쪽이 공정에서 불편을 겪게 된다. 입력을 의무가 아니라 편의로 만드는 설계다.
밀도를 재는 지표도 제안한다. 방문 횟수 대신 아래 네 가지를 본다. 모두 앱이 쌓은 기록에서 자동으로 계산된다. 계약서에 목표치를 적고 공사 중에 점검하면 확인 밀도가 약속에서 관리 대상으로 바뀐다.
■ 표 6. 확인 밀도 관리 지표(안)


※ 목표치는 현장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계약 당사자가 정한다.
감리비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감리비는 대체로 공사 규모에 연동한 총액에 가깝다. 총액으로 계약하면 확인을 한 번 더 할 때마다 감리자의 시간 비용이 늘고, 한 번 덜 할 때마다 감리자의 이익이 는다. 확인할수록 손해인 계약이다. 방문 확인과 원격 확인을 단가로 나누고 확인 밀도 지표와 연동하면 방향이 뒤집힌다. 확인하는 감리자가 보상받는 계약이 된다. 계약의 인센티브가 바뀌면 방문 주기를 따로 감시하지 않아도 행동이 바뀐다.
그러면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순서는 단순하다. 먼저 감리계약서에 확인해야 하는 순간을 적는다. 표 4의 조항 가운데 은폐 전 확인과 기록의 보존만이라도 넣으면 출발이 달라진다. 다음으로 한 현장에서 앱으로 검측 요청과 승인, 시정 이력을 기록하며 계약 조항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그 기록을 근거로 방문 주기와 감리비를 다시 설계한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시작하는 데 법 개정은 필요 없다. 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약은 바꿀 수 있다.

건축사 개인이 오늘 바꿀 수 있는 일도 있다. 감리일지의 '특이사항 없음'을 지우는 것이다. 대신 확인한 부위, 확인 방법, 확인 시각을 세 줄로 적는다. 사진에는 부재 번호와 기준자를 함께 담는다. 방문하지 않는 날에 받은 요청은 요청 시각과 회신 시각을 남긴다. 거창한 시스템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 일을 손으로 계속하면 한계가 온다. 그 한계가 앱이 필요한 지점이다. 손으로 시작해 앱으로 지속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화요일 오후 두 시, 감리자가 현장에 도착한다. 이번에는 그의 화면에 지난 엿새의 기록이 먼저 떠 있다. 어느 공정이 은폐되었고, 어느 검측이 요청되었고, 어느 지시가 아직 닫히지 않았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사십 분은 여전히 짧다. 그러나 그 사십 분은 처음부터 보기 시작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본 것을 확인하고 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는 시간이 된다. 서명은 같다. 서명이 담는 것이 달라질 뿐이다.
사람은 비상주해도 된다. 확인은 비상주할 수 없다.

참고자료
1. 법제처 법령해석 15-0712(2015. 12. 24.), 건축법 시행령 제19조제5항제1호 관련 — moleg.go.kr/lawinfo/nwLwAnInfo.mo?mid=a10106020000&cs_seq=359730
2.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10미터 이상 굴착공사 시 감리원 상주 의무화 — anc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8390
3. 이데일리, 상주감리 소규모 공사장 확대…건축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2020. 7. 7.) — 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2525606625832224
4.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공사 상주감리 확대…안전 전담 감리원 별도 배치 의무화 — anc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0473
5. 이투데이, 감리제도 개편 작업 본격화…감리법인 신설·허가권자 지정감리 확대(2024. 2. 7.) — etoday.co.kr/news/view/2329334
6. 프레시안, 6명 사망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관계자 5명 실형 선고(2025. 1. 20.) — pressian.com/pages/articles/2025012016392346050
7.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올해 가장 스마트한 건설혁신 기술…AI CCTV·앵커 로봇 등 5개 선정(2023. 11. 17.) — smartcity.go.kr
8. 서울특별시, 민간건축공사장 스마트 안전기술(시각지능 CCTV+AI) 지원 사업 안내 / 현대건설, 원격현장플랫폼 보도자료 — news.seoul.go.kr, hdec.kr



댓글